블로그 이미지
나사빠진UFO의 작업격납고입니다. 뻘글부터 소설, MAD, 음악, 등등 자료로 쓸만한거 올립니다. 소설이나 그런건 잘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 @UFO_2020
by 나사빠진UFO

NOTICE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7)
소설 (2)
(1)
애니메이션 리뷰 (0)
게임리뷰 (0)
음악 (1)
MV/MAD (0)
리듬게임 (0)
짤방모음 (0)
만화책/소설 리뷰 (2)
The 잡담 (1)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그날은 아침부터 영 좋지 못했다.

그녀와의 데이트 아침하늘에는 푸른 점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회색의 구름으로 가득했고아직 비는 오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비가 쏟아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잿빛의 하늘.

 

우산은 일부러 큰 녀석으로캐주얼 정장을 입고그녀를 맞으러 차를 몰고 떠난다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그녀에게 최고의 날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여러가지를 준비했다일단 그녀가 오늘은 자기가 요새 요리학원에서 배운 요리를 해주겠다고 하니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에 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줄 자스민이 든 화분을 사고 머리도 적당히 스타일링 하고 내 발길을 옮긴다.

 

그녀는 예쁘다아니솔직히 말하자면 귀엽다키는 160cm 정도에 약간 통통하고 활달한 성격의 그녀솔직히 그녀에게 처음 고백했을 때 80%는 차일거라 생각했고그 때 내 예상을 뒤엎고 YES라고 말해준 그녀에게 나는 기쁨보다는 놀라움의 표현이 앞섰다평소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그녀그녀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그녀를 데리러 가며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볼때에아이들의 미소를 보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빛나 보였다.

 

그녀의 집 앞에 다와 갈 무렵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예상대로라고는 하지만 귀찮음에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 나는 일단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내달렸다.

 

어서와.” 그녀가 그녀의 오피스텔 문을 열며 인사한다. “오늘 저녁은 특제 스튜에 수제 빵그리고 디저트는 컵케이크야.”

 

그녀와의 저녁식사이건 이제 정기적인 일례가 되었다한번은 내가 우리집에 그녀를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한적이 있었다그날 저녁을 먹으며 그녀는 “여자인 내가 남자인 당신보다 요리를 못한다니 이건 쇼크야!!” 라면서 그 이후별로 있지도 않은 여가시간을 쪼개 주 1~2회 요리학원을 다니며 두주 정도에 한번씩 나를 불러 저녁을 대접한다처음에는 교대로 하자고 제안도 해봤으나 그녀는 단호하게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키며 “안돼!! 적어도 내가 만족할만한 레벨에 올랐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요리 해줘도 안 먹을거야!!” 라며 거부당했다그때의 그녀가 얼마나 귀여웠던지……

 

그녀의 요리실력은 그녀의 노력에 부응하여 날로 눈에 띄게 발전해갔다이제 그녀와 사귀게 된지 2년째이렇게 요리를 먹은 지는 거의 1년반이 지났다그 동안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싸우기도 하고그렇게 싸우고서도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서로 사과를 하고한때는 서로 전화를 걸어 사과하려다 너무 같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 서로 통화를 할 수 없던 적도 있었다비 오는 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한밤중에라도 비가 오면 나를 찾거나 전화를 하거나 한다오늘도 그랬기 때문인걸까시간이 지날수록 내리는 비는 더욱 거세어 졌다.

 

그녀의 저녁식사 준비가 끝나고 그녀와 평소 일하면서 있던 일이라던가요전에 봤던 TV프로그램 이야기요새 상영중인 영화 이야기요새 듣는 음악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오늘도 그녀의 음식은 맛있었고이젠 슬슬 진짜 내가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수준이지만 나는 그 말을 내 안에 삼키고 평소와 같이 대화를 한다.

 

짜잔이게 오늘의 하이라이트초콜릿으로 안을 채운 컵케이크!” 그녀가 티없이 맑은 미소로 진한 갈색 빛의 컵케이크를 내오며 말했다컵케이크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심플해 보였지만 안에는 초콜릿 크림이 들어있어 매우 달콤했다솔직히 시중에 파는 퐁당쇼콜라가 이런게 아닐까 싶었지만적어도 오늘의 나는 그런 감상을 말할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

 

잘 먹었어.”

에헤헤변변치 않은 요리 언제나 먹어줘서 고마워.”

그녀가 미소로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대해줄 때마다 마음이 아파온다하지만 이대로는 오늘 온 목적을 달성 할 수 없기에 나는 말을 이어간다.

있잖아…”

왜 그래무슨 일 있어?”

해야만 하는… 말이 있어.”

뭐야 갑자기 평소에 자기답지 않게 진지하네?”

… 나는 평소에 그렇게 가볍게 보였던 걸까나?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던 때는 거의 없었으니까뭔데뭔데?

 

말 해야만 한다뇌에서 지시를 내린다하지만 그녀를 향한 연심이 나를 가로 막는다그렇게 가만히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결국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 그녀가 되물었다.

이제 헤어지는게 좋을 것 같아.”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만약 나중에라도 농담이라고 하면 가만히 안둘거야?!”

 

울먹이는 그녀… 솔직히 이 말을 하는 나는 괴롭다나도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니까하지만 나로써는 이 몸으로는 그녀에게 행복을 줄 수 없다.

 

그렇다이 이제 기한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이 몸은 마치 동화에서와 같은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엔딩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그녀는 슬퍼하겠지정말 그럴 것이다그리고 나를 원망하겠지.차라리 그게 나을 거라 생각한다차라리 나를 싫어하게 되서 나를 잊으면 내가 죽는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나만 상처 입고 끝낼수 있겠지.

 

이것이 내가 생각하던 시나리오 였다.

 

그녀는 그 맑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내 소매를 붙잡고 흔들며 말했다.

어째서야!! 어째서냐고!!! 내가 뭔가 잘못했어차라리 그러면 말해줘고치도록 노력할게… ?”

아냐그냥 이 상태로는… 안될 거 같았어미안잘 있어.”

 

그녀를 보고 있기도 괴로웠다솔직히 머리속에서는 이 장면을 몇번이고 상상했고그때마다 나도 괴로웠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자 그 모든 시뮬레이션을 날려버릴 정도의 아픔이 내 가슴을 꿰뚫었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나왔다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렸다더욱 세차게마치 그렇게 순수한 그녀를나를 그렇게 올곧게 좋아해준 그녀를 버린 나를 질타하듯이나는 그 길을 걸어갔다마음 속으로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녀에게 사과하며그리고 뒤를 돌아 마지막 한번으로 그녀의 오피스텔을 바라 보며 그녀에게 말했어야만 하던 그 한마디를 흘린다.

 

안녕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키워드: , 컵케이크, 실연.

 

트위터에서 할일 없어서 토픽 모았다가 3개 토픽 모여서 써봤습니다.

시한부인생... 그렇게 좋아하는 소재는 아닙니다만... 드라마틱함을 추구하려니 이렇게 밖에 안나오는거 같네요.

뭔가 쓰면쓸수록 제 필력이 부족함을 느껴서 제네로 존잘님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사무실에서 이렇게 잉여스럽게 소설 써내리는 자신을 보며 "이래도 괜찮은걸까...?" 하며 플롯잡고 써내려가면서 사무실 분들에게 안들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니 보셔도 상관은 없지만 부끄러우니까요.....

 

다음에 또 기회 되면 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라는 토픽 나왔는데 실연이란 토픽 키워드 던져준 그라난에게....

안그래도 우울하건만 작가의 우울함을 더 가속화 시켜서 어쩌자는거냐!!! 

 

뭐 어차피 부농도 아닌고로 필자는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요....(sigh)

And